기타

탑밴드2 16강 예선전

하늘흐늘 2012. 7. 2. 02: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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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제는 우연히 탑밴드2를 보았다.


 여러 언더밴드들의 실제 모습을 볼 수 있어 좋았지만 한편으로는 웃겼고 한편으로는 슬펐다. 


 개인적으로 음악을 많이 안다고 말하거나 혹은 락은 이런거야 라고 들먹거릴 정도의 사람하고는 거리가 멀다. 하지만 적어도 60, 70년대 한국 락부터 찾아들었을 정도로 (그래봤자 신중현이나 사랑과 평화, 한대수, 산울림 뭐 이정도 수준이지만, 그래두 신중현과 엽전들의 음악이 싸이키델릭 했다는건 안다.) 약간은 매니아적인 측면도 있는 사람이다. 


 솔직히 TOP밴드1에서 신해철이 번아웃하우스에게 하는거 보고 굉장히 실망했었다. 대학가요제 나올때 부터 온갖 멋이란 멋은 다 보이고 자기 하고 싶은 음악이란 음악은 다했던 사람이 애들에게 잘난체 하며 카라의 음악같은 쇼음악 시키고 말안듣는다고 화내는 양아치같은 짓 하는거 보고 왠지 모르게 넥스트 2집의 이중인격자란 노래가 생각났다. 솔직히 그의 메세지에서 실력을 보이라는 말처럼 번아웃하우스가 신입치고는 뛰어나지는 않아도 나쁘지도 않은 음반을 내는걸 보면서 미소지었었다. 

"부드러운 웃음 속에 날카로운 이빨을 감추어 두고서 때와 장소 계산하면서 나를 바꾸려"


도대체 누가 누구를 평가하는가?

탑밴드를 볼 때마다 지울 수 없는 질문이다. 탑밴드 시즌1에서 보면 이미 많은 심사위원들은 그걸 알기에 팬으로 나왔다는 말들을 자주 했던거 같다. 4명의 심사위원을 보자, 

김경호

이분 훌륭한 락보컬리스트인건 사실이지만 음악적인 부분은 우리나라 속주로 유명한 이현석씨가 배경아닌가? 신성우나 김경호같은 분들은 꽤 괜찮은 보컬이지만 굉장한 아티스트라고 부르기에는 한계가 있지 않나?

유영석

항상 보컬의 플랫이야기 하시는거 보면 꽤나 청음이 좋거나 정확하신거 같다. 작곡가로도 뮤지션으로도 훌륭하지만 락밴드하고는 적당한 거리를 둔 주류 음악을 하신분 아닌가? 

신대철, 김도균

내가 평가하거나 비판할 수 없을 정도로 실력있는 기타리스트이자 락커, 아니 더 정확히 말하자면 한국락의 전설들이지만 아쉽게도 이분들은 한국 락계보에서 보자면 80년대 말의 주류 락인 메탈을 대표하는 분들 아닌가? 새드레전드 같은 류의 음악은 아마두 90년대에 메탈의 대안 혹은 진보로 나온 북유럽 고딕, 블랙, 데쓰, 멜로딕 데쓰 뭐 이런 계열 중의 하나이지 않는가? (정확한 분류는 언제가 부터 의미가 없다고 여겨 나는 하지 않는다. 또한 밴드라는게 하나의 계열로 설명하기 어려운 경우가 락밴드에서는 흔하다. 그래서, 단지 계열만을 기억할 뿐이다.) 어떻게 80년대 말 메탈을 상징하는 백두산이 90년대 말 후기 메탈을 하는 새드 레전드를 평가할 수 있단 말인가? 주다스 프리스트가 메탈리카를 오디션에서 평가한다면 그건 개그이지 않을까?


 개인적인 견해를 말하자면 쇼는 쇼일뿐이다. 훌륭한 분들이지만 이들의 식견이 한국락의 미래일 수는 없을 듯 싶다. 내가 말하고 싶은 결론은 심사위원의 자질 비판이나 한계가 아니다. 이래서 탑밴드2는 하나의 쇼이자 슬픈 한국 락의 이야기라는 것이다.

 대안적인 이야기를 말하자면 전문 음악성을 배경으로 가져갈 수 밖에 없는 쇼프로그램은 최고의 지명도를 갖는 뮤지션을 평가위원으로 두고 절대적으로 평가를 하는 기존 오디션 프로그램의 포맷을 빌리는 것은 한계가 있어 보인다. 위와 같은 심사위원 외에도 가급적 나온 팀들의 지지를 받을 수 있는 배철수, 전영혁 혹은 김수철 같은 음악을 폭넓게 이해할 수 있는 분들을 좀 더 늘려 전문성이나 나오는 팀들의 지지도를 높이는 노력을 해야 할 듯 보인다. 또한 64강 혹은 32강부터는 시청자 평가나 오디션을 받는 팀들이 상대를 평가하게해 심사위원에게 평가 받는 음악이 아닌 자신의 모습을 좀 더 보여주며 시청률을 높일 수 있게 하면 좋을 듯 싶다.


편하게 다양한 언더밴드를 볼 수 있다.

 탑밴드1에 비하여 지명도 있는 밴드가 많이 나와서 그들의 모습을 TV에서 쉽게 볼 수 있다는게 즐겁다. 솔직히 그들의 음악을 많이 들어보았다면 숨이 막힐정도의 16강전이다. 지명도 빼고 음악성으로만 이야기 한다면 크라잉넛, 노브레인, 자우림 같은 밴드가 다들 16강에 있거나 혹은 16강에서 떨어졌다는 이야기다. 

 단지 그들과의 차이점은 히트곡이 없거나 아직 비주류의 음악을 하는 밴드라는 점이다 . 상당수 밴드들은 얼굴보려면 YouTube에서 찾아야 하거나 운나쁘면 그나마도 찾을 수 없는 밴드들이다 .

 물론 상당수의 밴드들은 전성기를 지나거나 전성기에 비하여 밴드 멤버가 바뀌어서 전력이 많이 약해진 상태인 듯 보인다. 모랄까? 그들이 주류였다면 일부 밴드는 7080 콘서트에 나와도 될 정도로 오래된 밴드다.


 물론 새로운 밴드를 보는 재미도 솔솔하다.

 
장미밴드


어제 본 밴드 중 최고의 수확이었다. 

달콤한 B급 가사에 안무를 가진 유쾌한 그룹이다.

신대철이 언제까지 그런 B급 가사와 안무만 가지고 음악을 할 수 있을거같냐고 물었다. 내가 보기에는 그런 캐릭터이기에 훌륭한 B급 밴드인거 같다. 어설프게 멋부리거나 공감 안되는 혹은 지독히도 자의적으로 비판 하는 밴드 보다는 차라리 이렇게 즐거운 밴드가 좋다. 





탑밴드2는 그래서 슬픈 한국 락이야기다.

 

네메시스

우리는 이런 류의 그룹을 그저 일본 계열의 Visual Rock밴드라고 부른다. 일본을 따른다는 특성만으로 한국 락에서는 비주류이나 이런 류의 음악을 하면서 TV에서 히트곡을 내는 밴드도 있고 SM같은 곳에서도 이런 류의 락밴드를 가끔 키운다. 

이들의 음악을 1집부터  n집까지 들을 적이 있었다. Visual Rock 특성상 락발라드가 많지만 꽤나 음악이 괜찮았던 것으로 기억한다. 16강에 떨어졌다. 실력으로 이야기한다면 다른 밴드와 이 밴드는 하는 류의 음악이 틀려 비교가 불가능하다.

 이들이 떨어진건 탑밴드가 보여주는 희극 중 하나였다.  이들의 음반을 들은 느낌으로는 같은 발라드를 하는 심사위원 2분이 이들을 평가할 수준으로 음악을 잘하지는 않는 듯 보이는데 말이다. 

 



 


새드레전드
해체멘트(왠지 슬프다.)

백두산이 나가수2에 나오는 이유나 이들이 탑밴드2에 나오는 이유나 별로 틀릴 점은 없을 듯하다.

이들의 음반은 10년도 더 전에 들었었는듯 한데 솔직히 신해철이 넥스트로 락을 하는 모습을 볼 때보다 충격적이었다. 설사 이들이 전성기를 지난 모습이라 할지라도  머리 깎은 모습으로 탑밴드2와 같은 오디션에서 4분의 심사위원에게 의하여 떨어져야 하는건 한국 비주류 음악계의 새드레전드인 듯 싶다. 차라리 시청자 투표에 의하여 떨어졌으면 상처 안받고 좋았을 듯 싶은데 말이다.


물론 그래서 백두산이 나가수2에서 보여주는 모습마냥 최선을 다하는 모습을 보여주지는 않는 듯 보인다. 하긴 최선 다하고 떨어지면 더 쪽팔리긴 하겠지만 말이다. 그래두 기본 수준 자체가 나가수에서 나온 백두산(상징성 있을 만큼 실력있는 밴드라는 생각에는 변함이 없지만 나가수에서의 모습은 열라 실망이었다.)보다는 나은 음악성을 보여주는 듯 하다.



 개인적으로 보기에 홍대의 음악성은 이미 주류 음악계의 수준을 넘은지 오래다.(개인적으로 아이돌의 음악은 엔터테이먼트지 음악이라고 생각하지 않아 음악적 평가대상이 아닌 즐김의 대상이다.) 하지만 이들을 찾는 대중도 보여 줄 매체도 없기에 이들은 마치 생활고에 몸을 파는 사람마냥 탑밴드에 나오는 듯 하다. 이런 모습에 저렇게 나름 자기 영역에서 어느정도 인정받는 밴드들까지 자신들의 음악이 아닌 다른 대중 가요를 편곡해서 부르며 순위로 평가받고 떨어져야 한다는건 한국 락의 슬픈 현실인 듯 싶다. 


그래서 탑밴드2는 실력 경쟁으로 보기보다는 희극으로 즐겨야 한다.

 물론 16강에 살아남은 밴드들도 다들 훌륭한 밴드들이다. 그들의 실력을 비판할 생각은 내가 겁데가리 없이 심사위원의 실력이나 자질을 비판할 생각보다 없다. 단지 서로 다른 영역의 밴드들이 경쟁한다는 것에 관하여, 구지 메탈리카나 너바나, 혹은 림프비스킷 또는 라디오헤드 같은 밴드들을 모아놓고 순위 메기거나 1:1로 붙이는 것을 좋아하는 사람들의 모습으로 보지 않고 음악을 즐기는 사람의 모습으로 보자. 그저 희극으로 즐기면 되는 것이다. 탑밴드2에 나오는 많은 밴드들이 탑밴드1에 나오는 심사위원에 의하여 평가받아도 될만한 아마추어 밴드가 아닌 자기 음악의 길을 걷는 밴드로서 존경심을 가지고 보자. 


마지막으로 락은 메탈도 아니며 대중성이 있어야 하는 음악도 아니며 저항이나 자의적인 음악도 아닌 그저 음악하는 분들의 때묻지 않은 자유 음악이라는 것을 잊어서는 안된다. 


참고로 탑밴드2 영상은 Daum에서 다시 볼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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